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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행사 지난 행사
(2019) 운문/중등부 대상 작품
  • 김유정기억하기
  • 문학촌
  • 2021-01-28
  • 조회수 170

슬픈 이야기

 

 

이정윤(함현중3)

 

유자차를 식혀 두었다

노란 빛이 저무는 방

마지막 남은 빛이 등을 찔러대는 오후

옥색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또 다시 기억을 잃었다

 

아득한 과거는

원치 않던 이별로 끝나버렸고

계절 소리가 울어대는 오후에는

주인 없는 유자차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주름진 두 손으로

유자차를 또 끓이고 있던

느릿한 할머니의 몸짓

오래전 전쟁터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할아버지 식탁 위에

노란 빛을 다시 채운다

 

주름진 피부를 망각하고

빛바랜 젊음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의 수줍은 미소

떠나간 이가 좋아하던

유자차가 식기까지만

할머니는 웃고 계실까

 

은은한 슬픔이 젖어드는

오래된 이야기의 재생

부서진 오후를 닮은 이야기가

유자차에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