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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기념행사

청소년문학축제 '봄·봄'

제목 2013 김유정 소설 속편쓰기 금상 [산골나그네-송민지]
작성자 문학촌 작성일 2013.08.01 조회수 2210
[2013 김유정 소설 속편쓰기 금상]

산골나그네

봉의고등학교 송민지

없다. 덕돌이는 빈 물방앗간을 보고 상심하였다. 하지만 이내, 상심의 마음은 분노로 번져 걷잡을 수 없었다.
잡히기만 해봐라. 뛰어가면서도 그 년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 년은 나를 버렸다. 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서도 어찌 나를 버리고 간다는 말인가. 망할년. 내 가난하더라도 그 년에게만은 호화스럽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족함 없이는 살려고 했건만은. 헌데 나는 어찌 더 눈물이 난다 말인가. 혼인한지 얼마 안되어 다시 혼자가 되어 그런것인가, 아니다. 그 놈의 은비녀 때문이다. 그놈의 은비녀가 내 마음켠에서 자꾸 걸린다, 그 년은 어째서 도망가면서도 은비녀를 가져가지 않은 것인가. 그 마음은 무엇인가. 나에 대한 연민인 것인가. 정신차리자. 그년은 나를 버렸다. 보인다. 앞에 그년이 보인다. 잡고싶다. 헌데 어째서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잡아야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좀처럼 잡으러 갈 수 없다. 이상하게 그녀가 옆의 사내를 부축하면서 걸어가는 모습에 나는 더 이상 그녀가 밉지도 잡고 싶지도 않아졌다. 놓아줘야하는 사람인가 보다. 그년, 아니 그녀에게 물어 보아야 할 것이 많지만 잊자. 그녀는 애초에 내 사람도 아니였고 우리 주막에서 몹쓸짓도 당하였으니 보답이라 생각하고 잊자. 잊자.
“주모, 여기 막걸리 한잔이요.”
다시 돌아왔다. 나의 일상생활로. 이제는 다시 돌쇠와 조마댕이도 하고. 그러나 가끔은 후회하기도 한다, 그녀를 붙잡지 않았던 내 자신을.
그때, 뒷마당에 소리가 났다. 사람인 것인가?
“여보시오, 거기 누구오?”
대답이 없다. 사람이 아닌 것인가? 소리나는 곳으로 가니 그녀가 있었다. 손에는 나의 큰옷을 들고. 며칠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구겨놓은 종이마냥 주름과 고단했었는지 기력도 없어보였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미안한지 슬쩍 쳐다보기만 할뿐 고개를 들지 않는다.
“저, 여기 옷을.”
그녀가 옷을 놔두고 발길을 돌린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시오.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나는 어서 방으로 들어가 은비녀를 꺼내왔다, 아직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몰골을 보니 줘야만 할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줘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여기, 이것을 가져가시오.”
“제가 어찌하여. 제가 도망간 것을 잊으셨습니까. 어찌 저에게 역정 한 번 내시지 않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알음 하였다. 안쓰럽다. 어찌하여 그녀가 떠나니 내 마음이 이리 깊어진 것인지. 나로써도 의문이다.
“화가 났었다. 너를 죽이고 싶을 만큼. 그러나 그 마음 접었다. 내 옆에 두면 계속해서 나갈 궁리만 하겠지. 차라리 내가 안보이는 곳으로 훌쩍 떠나. 그 은비녀 가지고.”
그녀를 가둬서라도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녀가 없으면 죽을 것만 같은 그 사내의 뒷모습에, 그녀가 도망갈 마음을 먹을만큼 그 사내애 대한 그녀의 마음을 내가 밟지도, 옆에서 도와줄 자신도 없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그자의 마지막 날까지만 지켜주고 꼭 돌아오겠으니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게 웬말인가. 돌아오겠다고? 나에게? 웃음이 나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될테지만 그 사내가 어서 죽기를 바란다, 그 사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 옆에 있기를 바란다. 더 이상 혼자 있고 싶지 않다.
또 없다. 고개를 들자 그녀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과는 다르다. 그녀가 돌아 올 것이다.
“덕돌아, 막걸리 가져와라.”
아이고, 너무 오래 있었구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주막 일을 도왔다. 바람이 분다. 덕돌이의 옷도 바람에 그의 마음처럼 기분 좋게 펄럭인다. 그 위에는 은비녀가 흔들리지 않고 놓여 있다. 그녀의 돌아오겠다는 마음처럼.